어제 저녁 뉴스 자막에 “기준금리 연 3.00%“가 떴습니다. 대출 있는 사람이라면 오늘 아침 은행 앱부터 열어봤을 텐데 내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어제 그대로일 겁니다. 분명 올랐다는데 왜 그대로일까요. 기준금리가 내 이자에 닿기까지는 정해진 경로와 시간표가 있기 때문입니다.

기준금리는 소매가가 아니라 도매가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한국은행이 은행들과 7일짜리 초단기 자금을 거래할 때 쓰는 금리입니다. 말하자면 돈의 도매가격이죠. 우리가 은행 창구에서 만나는 대출금리는 소매가격입니다. 도매가가 오르면 소매가도 따라 오르지만 그날 바로, 같은 폭으로 오르지는 않습니다.

내 대출금리는 세 조각으로 만들어진다

은행 대출금리는 지표금리 + 가산금리 − 우대금리로 계산합니다. 기준금리를 따라 움직이는 건 이 중 지표금리뿐입니다. 가산금리는 은행의 마진과 내 신용위험에 대한 값입니다. 우대금리는 급여이체·카드 실적 같은 조건으로 깎아주는 부분이라 기준금리와 직접 관계가 없습니다.

변동금리라면, 코픽스가 다리를 놓는다

변동금리 주담대의 지표금리는 대부분 코픽스(COFIX)입니다. 국내 8개 은행이 예·적금과 은행채로 자금을 조달한 평균 비용인데,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이 매월 15일에 공시합니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예금·은행채 금리가 오르고 그 조달 비용이 다음 달 코픽스 숫자에 담깁니다. 7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3.18%였습니다.

여기에 관문이 하나 더 있습니다. 변동금리라고 매달 바뀌는 게 아니라, 계약서에 적힌 금리 재산정 주기(통상 6개월, 계약에 따라 3개월이나 12개월)가 돌아와야 그 시점의 코픽스가 내 금리에 적용됩니다. 단순화한 가상 예시로 시간표를 그려보면 이렇습니다. 8월 27일 기준금리 인상 → 8월 조달 비용을 담은 코픽스가 9월 15일 공시 → 그런데 내 재산정일이 12월이면 내 이자는 12월에야 바뀝니다. 그 사이 코픽스가 더 오르면 인상분이 한꺼번에 반영되니, “몇 달째 조용하다가 갑자기 훅 오르는” 느낌은 착각이 아닙니다.

고정형은 왜 발표 전에 이미 올랐나

구분변동형고정(혼합)형
지표금리코픽스은행채 5년물 등 시장금리
기준금리 반영다음 달 코픽스 공시 후, 재산정일에시장이 인상 기대를 미리 반영
이미 받은 대출재산정일마다 변동약정 기간엔 그대로

고정형의 지표인 은행채는 채권시장에서 실시간으로 거래됩니다. 시장은 “다음 달 올리겠지"라는 기대만으로도 미리 가격을 움직이기 때문에 고정형 신규 금리는 발표 당일이 아니라 몇 주 전부터 이미 올라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신 이미 고정형으로 받은 대출은 약정 기간 동안 이번 인상과 무관합니다.

부담이 어느 정도인지 감을 잡아보겠습니다. 역시 단순화한 가상 예시로, 3억원 변동금리 대출에서 금리가 0.5%포인트 오르면 이자가 연 150만원, 달마다 12만 5천원꼴로 늘어납니다. 어제 인상의 배경과 가구당 이자 부담 추산은 어제 브리핑에 정리해 뒀습니다.

그래서 지금 확인할 건 두 가지입니다. 은행 앱이나 대출 계약서에서 내 지표금리가 무엇인지(신규취급액 코픽스인지, 신잔액 코픽스인지, 은행채인지), 그리고 다음 재산정일이 언제인지. 코픽스는 매달 15일 은행연합회 공시로 갱신되니, 재산정일이 다가오면 그 숫자부터 챙겨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