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발표된 8월 물가 지표를 보면 소비자물가는 3.1%, 근원물가는 3.4%입니다. 두 수치는 모두 물가를 나타내지만 같은 값을 가리키지는 않습니다. 특히 근원물가가 더 높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같은 달, 같은 나라의 물가인데 왜 수치가 다를까요. 두 지표는 각각 다른 목적에 따라 산출됩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458개 품목을 전부 담는다
뉴스 헤드라인에 나오는 물가상승률은 소비자물가지수를 뜻합니다. 통계청이 국민이 실제로 돈을 쓰는 상품과 서비스 458개의 가격을 매달 조사해 하나로 합친 지수입니다. 계산 방식은 물가상승률 계산 글에 정리해 뒀습니다. 여기엔 배추값도, 국제 유가에 따라 출렁이는 기름값도 그대로 들어갑니다. 장바구니 전체를 있는 그대로 재는 지수인 셈입니다.
근원물가지수는 일부러 두 가지를 뺀다
근원물가지수(정식 명칭은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는 이 458개 품목 중 농산물(쌀 등 곡물 제외)과 석유류 관련 57개 품목을 빼고 나머지 401개 품목만으로 다시 계산한 지수입니다. 이 둘을 빼는 이유가 있습니다. 두 품목은 날씨나 국제 정세처럼 국내 경기와 무관한 요인 때문에 가격이 크게 오르내립니다. 태풍이 한 번 지나가면 배추값이 두세 배 뛰었다가 다음 달 제자리로 돌아옵니다. 중동 정세 때문에 유가가 급등락하는 일도 흔합니다.
이런 일시적 충격을 걸러내고 나면 남는 건 임금, 임대료, 서비스 요금처럼 잘 안 꺾이는 항목들입니다. 그래서 근원물가는 물가의 밑바닥 흐름, 이른바 기조적 추세를 보여줍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정할 때 근원물가를 더 눈여겨보는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태풍 탓에 한 달 뛴 소비자물가만 보고 금리를 움직이면, 배추값이 제자리로 돌아온 다음 달에 그 결정이 틀린 것이 됩니다.
| 구분 | 소비자물가지수 | 근원물가지수 |
|---|---|---|
| 대상 품목 | 458개 전체 | 농산물·석유류 등 제외한 401개 |
| 잘 잡아내는 것 | 실제 체감하는 전체 물가 | 잘 안 꺾이는 기조적 물가 압력 |
| 정책 판단에서 쓰임 | 물가안정목표 달성 여부 확인 | 기준금리 인상·인하 판단의 핵심 근거 |
근원물가가 더 높다는 게 왜 안 좋은 신호인가
이번 달처럼 근원물가(3.4%)가 헤드라인 물가(3.1%)보다 높게 나오는 경우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일시적 요인을 뺐는데도 더 높다는 건, 물가 상승이 태풍이나 유가 같은 한때 지나가는 요인 때문이 아니라 임금과 서비스 요금 전반에 깔린 압력 때문이라는 뜻입니다. 아시아경제 보도에 따르면 8월 근원물가는 3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었습니다.
이런 흐름이 이어지면 한은은 물가안정목표(연 2%)에서 계속 벗어나 있다고 판단할 근거가 커집니다. 기준금리를 낮추기가 더 어려워집니다. 기준금리 결정이 대출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는 기준금리 글에서 다뤘습니다. 반대로 헤드라인 물가만 튀고 근원물가는 잠잠하다면, 태풍 같은 일회성 요인이 지나가고 나면 다시 가라앉을 가능성이 큽니다. 한은도 그렇게까지 긴장하지 않습니다.
다음에 물가 발표 뉴스에서 숫자 두 개가 같이 나오면, 헤드라인 물가는 체감에 가깝고 근원물가는 앞으로의 금리 방향을 더 잘 보여준다는 것을 함께 기억해 두면 뉴스를 읽는 눈이 조금 달라질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