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은행들이 신용대출 한도를 줄이고 문턱을 높인다는 뉴스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평소와 똑같이 신청했는데 한도가 예전만 못하다는 얘기를 듣고, 또 누군가는 카드사 앱에 뜬 신용점수가 며칠 새 몇 점 떨어진 걸 보고 이유를 궁금해합니다. 그 문턱의 높낮이를 가르는 숫자가 바로 신용점수입니다. 어떻게 매겨지고 왜 오르내리는지 원리를 알아 두면, 대출 창구에서 듣는 말이 한결 이해가 갑니다.

점수는 국가가 아니라 두 민간 회사가 매긴다

신용점수를 매기는 곳은 정부기관이 아니라 나이스평가정보(NICE)와 코리아크레딧뷰로(KCB), 이렇게 두 개 민간 신용평가회사입니다. 은행이나 카드사는 대출·카드 심사 때 둘 중 한 곳 또는 둘 다의 점수를 받아 참고합니다. 점수 체계는 1점부터 1,000점까지고, 2021년 1월 1일부터 전 금융업권에서 이 방식으로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정책브리핑 보도에 따르면 그 전에는 1등급부터 10등급까지 나누는 등급제였는데, 예를 들어 7등급과 8등급 사이 경계에 있는 사람이 점수 차이는 크지 않아도 등급이 갈리는 순간 대출이 거절되는 일이 잦았습니다. 등급이라는 칸을 없애고 점수 그대로 보게 하면서 그런 문턱 효과를 줄이자는 취지였습니다.

무엇을 보고 점수를 매기나

두 회사 모두 큰 틀에서 보는 항목은 비슷합니다. 얼마나 밀리지 않고 갚아 왔는지(상환 이력), 지금 갚아야 할 빚이 얼마나 있는지(부채 수준), 신용거래를 얼마나 오래 해 왔는지(거래 기간), 카드·대출을 어떤 방식으로 써 왔는지(신용 형태)가 뼈대입니다. 다만 각 항목에 두는 비중은 회사마다 다릅니다. NICE는 전통적으로 상환 이력, 즉 연체 없이 성실하게 갚아 온 기록에 무게를 두는 편이고, KCB는 카드 할부나 현금서비스 이용 같은 신용거래 형태를 상대적으로 더 반영합니다. 같은 사람인데 두 회사 점수가 몇십 점씩 차이 나는 걸 보고 당황하는 경우가 있는데, 계산이 잘못된 게 아니라 보는 눈금이 다른 겁니다.

구분NICE평가정보KCB(코리아크레딧뷰로)
비중을 크게 두는 항목상환 이력신용거래 형태
점수 범위1~1,000점1~1,000점
확인 채널나이스지키미올크레딧

점수가 오르내리는 진짜 이유

가장 크게 깎이는 건 연체입니다. 특히 90일 넘게 밀리는 장기 연체는 점수에 오래, 깊게 남습니다. 반대로 대출이나 카드 대금을 밀리지 않고 오래 갚아 온 기록이 쌓이면 점수는 서서히 올라갑니다. 새 대출을 받거나 카드를 새로 만드는 것도 단기적으로는 점수를 소폭 낮출 수 있습니다. 짧은 기간에 여러 곳에서 돈을 빌리려는 사람으로 비칠 수 있어서입니다. 반면 쓰던 대출을 계획대로 갚아 잔액을 줄이는 건 점수에 긍정적으로 작용합니다.

여기서 흔한 오해 하나를 짚을 필요가 있습니다. “내 신용점수를 조회만 해도 점수가 떨어진다"는 속설입니다. 예전에는 실제로 그랬지만, 금융위원회가 이 문제를 개선하면서 2011년 10월부터는 본인이 조회하든 금융회사가 조회하든 조회 행위 자체는 점수에 전혀 반영되지 않습니다. 점수가 걱정돼 확인을 미루는 사람이 많은데, 확인한다고 점수가 깎이는 일은 이제 없습니다.

이 숫자가 대출 창구에서 하는 일

점수는 대출 가능 여부만 가르는 게 아니라 금리에도 직접 영향을 줍니다. 같은 은행, 같은 상품이라도 신용점수가 높은 사람과 낮은 사람이 받는 금리는 다르게 책정됩니다. 최근처럼 기준금리가 오르고 은행들이 신용대출 문턱을 높이는 국면에서는, 점수 구간에 따른 승인·금리 차이가 평소보다 더 벌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기준금리 인상이 대출 금리로 번지는 시간표는 기준금리와 대출금리 글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내 점수가 지금 몇 점인지, 어떤 항목 때문에 그런지는 나이스지키미나 올크레딧 같은 공식 앱에서 무료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조회 자체는 점수에 영향이 없으니 부담 없이 확인해 보고, 구체적인 개선 방법이나 이의가 있다면 해당 신용평가회사의 공식 안내를 따르는 편이 정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