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이 6년 5개월 만에 최저치라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입주할 새 집이 줄면 전세 매물도 같이 줄고 매물이 줄면 계약을 서두르게 됩니다. 마음이 급해지는 시기일수록 놓치기 쉬운 게 하나 있습니다. 이 계약에서 집주인이 보증금을 안 돌려주면 나는 뭘로 버티나 하는 부분입니다. 실제로는 이 상황에 대비하는 장치가 한 겹이 아니라 세 겹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첫 번째 장치: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는 순서를 정하는 도장이다

전입신고를 하면 그다음 날 0시부터 대항력이 생깁니다. 집주인이 바뀌어도 “나는 이 집에 이 조건으로 살고 있다"를 새 집주인에게 주장할 수 있는 힘입니다. 확정일자는 이것과 별개로 그 집이 경매나 공매로 넘어갔을 때 배당금을 누가 먼저 받아 가는지 순서를 정하는 날짜 도장입니다. 확정일자를 늦게 받을수록 나보다 먼저 근저당을 설정한 은행 뒤로 순번이 밀립니다.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계약 당일 바로 챙겨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두 번째 장치: 순번을 건너뛰고 먼저 받는 최우선변제

문제는 순번대로 배당하면 세입자 몫이 은행 대출금에 밀려 한 푼도 안 남는 경우가 흔하다는 겁니다. 그래서 만든 게 소액임차인 최우선변제 제도입니다. 보증금이 일정액 이하인 세입자는 확정일자 순위와 무관하게 정해진 금액만큼은 다른 채권자보다 먼저 받아 갑니다. 법제처 생활법령정보에 따르면 서울은 보증금 1억 6,500만원 이하일 때 소액임차인으로 인정되고, 이 경우 5,500만원까지 최우선변제를 받습니다. 다만 이 기준은 계약일이 아니라 그 집에 근저당이 설정된 시점의 법령을 따릅니다. 최우선변제금이 낙찰가의 절반을 넘으면 낙찰가의 절반까지만 받습니다.

세 번째 장치: 경매까지 안 가고 보증기관이 먼저 대신 갚아준다

앞의 두 장치는 결국 집이 경매에 넘어가야 작동합니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은 층위가 다릅니다. 계약이 끝났는데 집주인이 보증금을 안 돌려주면, 경매를 기다리지 않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 같은 보증기관이 세입자에게 먼저 보증금을 대신 지급합니다. 그다음 집주인에게 그 돈을 받아내는 건 보증기관의 몫이 됩니다. HUG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상품개요를 보면 가입 대상 보증금은 수도권 7억원, 그 외 지역 5억원 이하입니다. 보증료는 보증금액에 보증료율과 계약 기간을 반영해 계산합니다. 가입에는 기한이 있어 통상 전세계약 기간의 절반이 지나기 전에 신청해야 합니다.

구분발동 조건보호 방식
대항력·확정일자전입신고 다음 날부터순위대로 배당, 순번 밀리면 못 받을 수도 있음
최우선변제소액임차인 기준 충족순위 무관, 정해진 금액을 먼저 배당
전세보증금 반환보증계약 종료 후 미반환경매 없이 보증기관이 먼저 대신 지급

세 장치는 서로를 대체하지 않고 겹쳐서 작동합니다.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안 챙기면 최우선변제 말고는 기댈 게 없습니다. 반환보증에 가입해도 전입신고를 안 하면 애초에 보증 조건을 못 채웁니다. 은행이 망했을 때 돈을 지키는 예금자보호 제도처럼, 전세도 한 가지 장치만 믿기보다 겹겹이 확인해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매물이 줄어드는 요즘 같은 시기라면 계약서에 도장 찍기 전에 등기부등본과 함께 이 세 가지부터 짚어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