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에 달력이 9월로 넘어가고 보름쯤 지나면 재산세 2기분 고지서가 우편함에 꽂힙니다. 고지서를 받아 든 사람들이 한 번씩 갸웃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우리 집은 시세가 10억이라는데 세금 계산의 출발점에 적힌 가격은 그 근처에도 안 가는 겁니다. 잘못 나온 게 아닙니다. 부동산 세금은 시세가 아니라 공시가격이라는 별도의 가격으로 계산하기 때문입니다. 거기서 한 번 더 깎은 값에 세율을 곱합니다. 이 구조를 알면 고지서의 숫자가 읽히기 시작합니다.
정부가 매년 매기는 공식 가격이 따로 있다
공시가격은 국토교통부(국토부)가 매년 1월 1일 기준으로 조사해 발표하는 부동산의 공식 가격입니다.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은 봄에 확정되는데, 국토부 발표에 따르면 올해는 4월 30일에 전국 1,585만호의 가격이 공시됐고 전국 평균으로 작년보다 9.13% 올랐습니다. 내 집이 얼마로 매겨졌는지는 부동산 공시가격 알리미에서 주소만 넣으면 나옵니다.
이 공식 가격은 시세보다 낮습니다. 시세는 매일 출렁이고 같은 단지 안에서도 거래마다 다른데, 세금과 행정의 기준은 흔들리면 안 되니 여유를 두고 매기는 겁니다. 시세 대비 공시가격의 수준을 현실화율이라고 부르는데 올해 공동주택 평균은 69%였습니다. 시세 10억 아파트라면 공시가격은 7억 언저리인 셈이죠.
세금이 되기 전에 한 번 더 깎인다
공시가격에 바로 세율을 곱하지 않습니다. 중간에 공정시장가액비율이라는 단계가 하나 더 있습니다. 지방세법 시행령이 정한 주택분 재산세의 기본 비율은 공시가격의 60%. 1주택자한테는 더 낮춰 주는데, 행정안전부가 올해도 이 특례를 유지해 공시가격 구간에 따라 43~45%만 적용합니다.
| 구분 | 과세표준 계산 |
|---|---|
| 다주택자·법인 | 공시가격 × 60% |
| 1세대 1주택자 | 공시가격 × 43~45% (구간별) |
단순화한 가상 예시로 이어 보겠습니다. 시세 10억 아파트의 공시가격이 6억 9천만원으로 매겨졌고 1주택자라면, 45%를 곱한 3억 1천만원 남짓이 과세표준이 됩니다. 여기에 세율을 곱한 게 1년치 재산세고 주택분은 그 절반씩을 7월과 9월에 나눠 냅니다. 시세의 3분의 1도 안 되는 값에서 세금 계산이 시작되는 이유가 이 두 번의 할인입니다.
재산세만 움직이는 게 아니다
공시가격이 하는 일은 세금 계산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대상인지 아닌지를 가르는 기준도 공시가격이고, 직장가입자가 아닌 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료를 산정할 때 재산 점수의 재료도 공시가격입니다. 기초연금이나 국가장학금처럼 재산을 따지는 복지 제도들도 집값은 공시가격으로 평가합니다. 공시가격이 오르면 집을 팔지 않아도 건강보험료가 오르거나 복지 자격의 문턱에 걸릴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해마다 4월 공시가격 뉴스에 민감해지는 이유죠.
공시가격이 9% 올랐으니 세금도 9% 오를까
그대로 비례하지는 않습니다. 우선 1주택자 특례 비율이 완충 역할을 하고 재산세에는 세부담상한이라는 장치도 있습니다. 공시가격이 아무리 뛰어도 작년 세액에서 일정 비율을 넘겨 올리지 못하게 막는 안전판입니다. 다만 방향까지 막지는 못합니다. 공시가격이 오르면 시차를 두고라도 보유 부담은 따라 오릅니다.
내 공시가격이 이상하게 높다 싶으면 손쓸 길도 있습니다. 매년 3월 중순 확정 전 열람 기간에 의견을 낼 수 있고 확정 공시 뒤에도 한 달가량 이의신청을 받습니다. 올해 접수는 끝났으니 내년 봄 일정을 기억해 두시면 됩니다.
9월 고지서가 도착하면 위택스에서 세액부터 확인해 보세요. 납부 기간과 분납 조건, 카드 수수료 이야기는 9월 재산세 글에 정리해 뒀습니다. 공정시장가액비율 같은 세부 기준은 해마다 시행령으로 바뀌니, 세금 계획을 세우기 전에 국토부와 행정안전부 공지에서 올해 기준을 한 번 맞춰 보시길 권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