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이사철인 9월과 10월에는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잔금을 치르면서 관리비 정산만 확인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그 관리비 안에는 몇 년 동안 매달 몇천 원에서 몇만 원씩 쌓아온 장기수선충당금이 들어 있고 이 돈은 집을 나가는 세입자가 아니라 집주인이 부담해야 할 몫입니다. 세입자가 관리비 고지서에 얹어 대신 냈을 뿐이라 이사 나갈 때 청구하면 돌려받을 수 있는데, 존재 자체를 모르고 그냥 나가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장기수선충당금이 뭔가요
장기수선충당금은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의 엘리베이터, 옥상 방수, 외벽 도색, 급수·배수 배관, 소방시설처럼 공용부분을 나중에 교체하거나 큰 보수를 할 때 쓰려고 미리 걷어 적립해두는 돈입니다. 매달 내는 일반 관리비나 수선유지비와는 계정 자체가 분리돼 있어 관리비 고지서를 펼치면 별도 항목으로 찍혀 있습니다.
부과 금액은 세대 면적에 따라 정해집니다. 공식으로 계산하면 월 세대별 부담액은 [장기수선계획 기간의 수선비 총액 ÷ (총공급면적 × 12개월 × 계획기간)] × 세대별 공급면적입니다. 아파트마다 계획기간과 수선비 총액이 달라 실제로 내가 낸 금액은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K-apt, k-apt.go.kr)에서 해당 단지를 검색하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왜 돌려받을 수 있나: 소유자 부담이 원칙입니다
「공동주택관리법」 제29조와 제30조는 장기수선충당금의 적립과 부담 주체를 정하는데, 원칙은 집주인, 즉 공동주택의 소유자 부담입니다. 다만 소유자가 직접 살지 않고 세를 준 경우 관리사무소가 매번 소유자에게 따로 청구하기 번거로워 관리규약에 따라 실거주자인 임차인에게 관리비와 함께 걷는 방식이 굳어졌을 뿐입니다.
그래서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제31조 제8항은 “공동주택의 소유자는 장기수선충당금을 사용자가 대신하여 납부한 경우에는 그 금액을 반환하여야 한다"고 명시합니다. 임차인이 대신 낸 돈이니 임대차가 끝나면 소유자가 돌려줘야 한다는 뜻으로, 특약이 없는 한 집주인이 거절할 수 있는 항목이 아닙니다.
돌려받는 방법: 확인서 한 장이면 끝
절차는 간단합니다. 이사 전에 관리사무소를 찾아 “이사 때문에 장기수선충당금 납부확인서를 발급받으러 왔습니다"라고 하면 입주일부터 그날까지 낸 총액이 찍힌 확인서를 바로 인쇄해줍니다.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제31조 제9항은 관리주체가 사용자의 납부 확인 요청에 지체 없이 확인서를 발급하도록 정하고 있어 발급 자체를 거부당할 일은 없습니다.
이 확인서를 이사 당일, 잔금을 치르고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돌려받는 바로 그 자리에 함께 챙겨 가면 됩니다. 확인서에 찍힌 금액만큼을 보증금과 별도로 정산해달라고 요청하시면 되고 부동산 중개인이 자리에 있다면 정산 항목에 넣어달라고 미리 말해두는 편이 매끄럽습니다.
집주인이 안 준다고 하면
반환은 법이 정한 의무라 거절할 근거가 마땅치 않지만 실제로는 “그런 거 처음 듣는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합니다. 이럴 때는 순서대로 대응하시면 됩니다. 먼저 내용증명을 보내 반환을 독촉하고 그래도 응하지 않으면 법원에 지급명령을 신청하거나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반환 청구권은 민법상 일반채권으로 분류돼 소멸시효가 10년이라 이사 직후 놓쳤더라도 뒤늦게 청구할 여지는 남아 있습니다. 전세보증금을 떼먹은 집주인에게 다른 보증 가입까지 막는 제도가 나온 것도 결국 집주인이 세입자 돈을 제때 돌려주지 않는 사례가 그만큼 흔하기 때문입니다.
오피스텔은 사정이 다릅니다
같은 임차인이라도 오피스텔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공동주택관리법은 아파트나 연립주택 같은 ‘공동주택’에 적용되는 법이고 오피스텔은 원칙적으로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집합건물법)의 적용을 받습니다. 집합건물법에는 장기수선계획이나 충당금 적립·반환을 정한 조항이 없어, 오피스텔의 장충금 부과와 반환은 법이 아니라 그 건물의 관리규약에 달려 있습니다.
| 구분 | 아파트 등 공동주택 | 오피스텔 |
|---|---|---|
| 적용 법률 | 공동주택관리법·시행령 | 집합건물법(원칙), 관리규약 |
| 반환 의무 | 법으로 명시(시행령 제31조 제8항) | 관리규약에 규정된 경우에만 |
| 예외 | 해당 없음 | 300세대 이상·승강기 설치·중앙난방 등 장기수선계획 수립 대상이면 공동주택관리법 적용 |
출처: 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법제처), 아파트관리신문 기고 「오피스텔의 장기수선충당금」
그러니 오피스텔에 사신다면 이사 전에 관리사무소에 문의해 관리규약에 장충금 반환 조항이 있는지부터 확인하시는 편이 낫습니다. 규약에 아무 규정이 없으면 집주인에게 청구할 법적 근거 자체가 약해집니다.
월세로 사신다면 월세 세액공제까지 함께 챙기시고, 전세든 월세든 장기수선충당금은 신청 기한이 따로 없으니 이사가 끝난 뒤라도 확인서부터 발급받아 청구해보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