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좌번호를 한 자리 잘못 누르거나 받는 사람을 착각해 돈을 보내는 일은 소득이나 나이와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일어납니다. 헤럴드경제가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용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을 보면, 그 다음 과정은 생각보다 훨씬 험난합니다. 2021년 하반기 제도가 시행된 뒤 올해 6월까지 5년간 착오송금 반환지원 누적 신청액은 1,628억 3,900만원인데, 실제로 돌려받은 금액은 386억 6,900만원으로 23.7%에 그쳤습니다. 신청액에서 반환액을 단순히 빼면 1,241억 7,000만원이 아직 주인에게 돌아가지 못한 셈입니다.
신청은 느는데 반환은 줄었다
문제는 방향이 반대로 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신청 건수는 2022년 1만 1,478건에서 2025년 2만 1,566건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는데, 예금보험공사가 실제로 지원을 확정한 건수의 비율은 오히려 떨어졌습니다.
| 연도 | 신청 건수 | 지원 확정 건수 | 확정 비율 |
|---|---|---|---|
| 2022년 | 11,478건 | 5,402건 | 47.1% |
| 2023년 | 13,442건 | 5,780건 | 43.0% |
| 2024년 | 16,753건 | 5,288건 | 31.56% |
| 2025년 | 21,566건 | 5,419건 | 25.12% |
출처: 헤럴드경제가 인용한 국회 정무위원회 김용만 의원실 제출자료(예금보험공사, 2026년 9월 17일 보도).
지원이 확정돼도 다 끝난 게 아닙니다. 반려 사유 중 눈에 띄는 건 범죄이용계좌입니다. 전체 반려 4만 748건 가운데 1만 2,441건이 사기 등에 이용됐거나 이용된 것으로 의심되는 계좌였고 이런 계좌로 간 신청 금액은 2022년 19억 2,700만원에서 2025년 111억 3,400만원으로 5배 넘게 늘었습니다. 계좌를 잘못 눌러 보낸 돈이 마침 보이스피싱에 쓰인 계좌로 들어가면 은행도 예금보험공사도 그 돈을 되찾아 줄 방법이 마땅치 않습니다. 금액이 클수록 회수도 더 어렵습니다. 2023년부터 올해 6월까지 5천만원 초과 1억원 이하 구간의 반환지원 신청 220건 가운데 실제로 돈을 돌려받은 경우는 18건, 8.2%뿐이었습니다.
신청 대상이 되려면
반환지원은 아무 착오송금에나 적용되지 않습니다. 예금보험공사가 밝힌 요건은 이렇습니다.
| 항목 | 내용 |
|---|---|
| 대상 금액 | 건당 5만원 이상 1억원 이하 |
| 신청 기한 | 착오송금일로부터 1년 이내(착오송금 당일 불산입) |
| 사전 요건 | 이체에 이용한 금융회사·간편송금업체에 먼저 반환 요청 후에도 미반환 |
| 제외 대상 | 범죄이용(의심) 계좌, 압류 등 법적제한·지급정지 계좌, 예금주 사망 또는 출국으로 국내 주소가 없는 경우, 법인 휴·폐업 |
출처: 예금보험공사 착오송금 반환지원제도 신청대상 안내
간편송금으로 보낸 돈에도 같은 기준이 적용됩니다. 토스나 카카오페이 같은 간편송금업체를 통해 먼저 반환을 요청하고 그래도 받지 못했다면, 은행 계좌이체와 똑같이 예금보험공사에 신청할 수 있습니다.
신청은 어디서
신청 창구는 두 곳입니다.
| 구분 | 신청처 | 필요 서류 |
|---|---|---|
| 온라인 | 금융안심포털(fins.kdic.or.kr, PC 전용, 모바일은 미지원) | 공동인증서, 이체(송금)확인증 |
| 방문 | 예금보험공사 상담센터(서울 중구 청계천로 30, 1588-0037) | 신분증, 이체(송금)확인증 |
출처: 예금보험공사 착오송금 반환지원제도 신청방법 안내
신청하면 예금보험공사가 착오송금인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을 사들인 뒤 중앙행정기관과 금융회사를 통해 수취인의 연락처와 주소를 확인하고 먼저 자진반환을 권유합니다. 수취인이 응하지 않으면 법원에 지급명령을 신청해 회수한 금액에서 절차 비용을 뺀 나머지를 착오송금인에게 돌려줍니다. 본인이 아닌 대리인이 신청하는 경우에는 추가로 필요한 서류가 있으니 상담센터에 미리 확인해두시는 편이 낫습니다.
그래도 그냥 쓰면 안 되는 이유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몰랐던 돈이 들어왔으니 써도 되지 않을까 싶을 수 있지만 대법원 판단은 다릅니다. 대법원 2010년 12월 9일 선고 2010도891 판결은 착오로 송금돼 들어온 돈인 줄 알면서도 임의로 인출해 써버리면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밝혔습니다. 송금인과 평소 거래 관계가 전혀 없는 사이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반환지원 절차가 시작되기 전에 수취인이 자진해서 돌려주면 회수 비용 없이 전액을 돌려받을 수 있으니, 잘못 들어온 돈을 확인했다면 은행에 먼저 알리는 편이 서로에게 낫습니다.
숨은보험금과 휴면예금, 지방세 미환급금처럼 잊고 있던 돈을 찾는 김에, 최근 계좌이체 내역 중 받는 사람을 착각해 보낸 게 있는지도 한 번 확인해보시길 바랍니다. 신청 기한이 1년으로 정해져 있어서 확인이 늦어질수록 되찾을 방법 자체가 사라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