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은 회사를 떠날 때 받는 돈이지만, 법에서 정한 사유가 있으면 재직 중에도 미리 정산해 받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받고 나면 근속연수가 정산한 다음 날부터 새로 계산된다는 점입니다. 퇴직소득세는 근속연수가 길수록 공제가 커지는 구조라서, 같은 20년을 다녀도 중간에 정산하면 나중에 낼 세금이 달라집니다. 직장인이면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할 수 있는 선택이라 사유부터 세금까지 순서대로 짚어 보겠습니다.

퇴직금 중간정산, 사유가 있어야 받습니다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8조는 “사용자는 주택구입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로 근로자가 요구하는 경우에는 근로자가 퇴직하기 전에 해당 근로자의 계속근로기간에 대한 퇴직금을 미리 정산하여 지급할 수 있다"고 적습니다. 두 가지를 읽어 낼 수 있습니다. 사유는 시행령이 정하고, 요구는 근로자가 해야 합니다. 목돈이 필요하다는 사정만으로는 시행령 사유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시행령 사유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시행령 제3조에 나열돼 있고, 2026년 3월 24일 시행본 기준으로 큰 줄기는 아래와 같습니다.

사유핵심 조건
주택 구입무주택 근로자가 본인 명의로 구입
전세금·보증금무주택 근로자가 주거 목적으로 부담, 한 사업에서 근로하는 동안 1회
의료비6개월 이상 요양이 필요한 본인·배우자·부양가족, 본인 연간 임금총액의 1천분의 125 초과 부담
파산선고신청일부터 거꾸로 5년 이내
개인회생신청일부터 거꾸로 5년 이내 개시 결정
임금 감소와 근로시간 단축정년 연장·보장 조건의 임금피크제,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 근로시간 단축으로 퇴직금이 줄어드는 경우
재난 피해고용노동부장관이 고시한 사유

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시행령 제3조

주택 구입과 전세금은 이렇게 신청합니다

가장 많이 찾는 사유가 주택입니다. 무주택자 요건과 전세금·보증금 사유는 시행령 제3조 제1항 제2호 조문에 있습니다. 신청 시기는 고용노동부 빠른인터넷상담 답변에 전세금 또는 보증금을 부담하는 경우까지 인정되며, 신청 시기도 정해져 있습니다. 같은 답변에는 “임대차계약의 경우는 주택임대차계약(전.월세) 체결일 ~ 잔금지급일 이후 1개월 이내에 신청 가능합니다"라고 나옵니다. 이사를 끝내고 나서 생각하면 늦을 수 있습니다.

전세금 사유는 한 회사에서 일하는 동안 한 번뿐입니다. 이직한 뒤에 다시 쓸 수 있는지는 회사 인사팀에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증빙 서류는 사유마다 다르니 회사가 안내하는 대로 준비하시면 되고, 시행령은 사용자가 정산 사유를 증명하는 서류를 근로자 퇴직 후 5년이 되는 날까지 보존하도록 정해 두었습니다.

개인회생이나 의료비 사정이 있을 때

시행령은 개인회생과 파산도 사유로 둡니다. 신청하는 날부터 거꾸로 5년 이내에 파산선고나 개인회생절차개시 결정을 받았으면 해당합니다. 의료비는 문턱이 있습니다. 본인 연간 임금총액의 1천분의 125를 넘게 부담해야 하므로 연간 임금총액이 4천만원이면 500만원이 기준선이고, 이 계산은 위 비율에 직접 대입한 값입니다. 의료비가 그 선을 넘는지 판단할 때는 영수증 합계부터 맞춰 보시길 바랍니다.

중간정산하면 세금이 달라지는 이유

법에도 세법에도 같은 규칙이 있습니다. 퇴직급여법 제8조는 정산한 뒤 퇴직금 산정을 위한 계속근로기간을 “정산시점부터 새로 계산한다"고 하고, 소득세법 시행령 제105조는 근속연수를 “근로를 제공하기 시작한 날 또는 퇴직소득중간지급일의 다음 날부터 퇴직한 날까지"로 정합니다. 국세청은 법정 사유에 해당해 받는 중간지급 퇴직금을 퇴직소득으로 본다고 안내합니다.

그래서 퇴직소득세에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근속연수공제가 구간마다 점점 커지는 누진 구조인데, 근속이 두 토막으로 나뉘면 각 토막에 낮은 구간의 공제가 따로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20년 근속 중 15년 시점에 중간정산을 받는 경우로 공제액만 비교해 보겠습니다.

구분근속연수공제
중간정산 없이 20년 근속4,000만원
15년 시점 정산 + 이후 5년2,750만원 + 500만원 = 3,250만원

출처: 국세청, 퇴직소득세 계산방법

국세청 계산식에 따라 20년 이하 구간은 1,500만원에 10년을 넘긴 연수당 250만원을 더하고, 5년 이하는 연수당 100만원입니다. 위 표는 이 식에 넣어 직접 계산한 예시입니다. 공제가 750만원 줄어든다는 뜻입니다. 다만 최종 퇴직 때 중간정산분 원천징수영수증을 회사에 내면 소득세법 제148조의 정산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이때 근속연수는 두 기간을 합산한 월수에서 중복분을 뺀 값으로 다시 계산되므로 위 차이는 사라집니다(소득세법 시행령 제203조 제3항). 정산을 신청하지 않으면 표대로 공제가 쪼개집니다. 실제 세액은 환산급여공제와 세율까지 거쳐야 나옵니다. 전체 계산 순서는 퇴직소득세 계산 글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사유 없이 받은 정산금은 세금 처리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국세청 안내는 퇴직금중간지급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를 퇴직소득으로 본다고 했을 뿐, 사유 밖 정산금의 처리는 그 문장에 나오지 않습니다. 회사가 요건을 안 따지고 정산해 줬다면 세무서가 이를 어떻게 보는지 직접 확인해야 하므로, 정산 전에 국세청 126이나 관할 세무서에 물어보시길 바랍니다. 이직이나 퇴직 직전이라면 정산 대신 퇴직 후 수령이 나을지도 비교해 볼 만하고, 퇴사하는 해의 세금은 퇴사 후 연말정산 글에서 다뤘습니다.

사용자의 승낙이 필요한지는 법 문구가 “근로자가 요구하는 경우” 정산할 수 있다고만 적고 있어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법령 시행일과 최신 조문은 신청 전에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한 번 더 확인하세요.